같은 연금계좌 1억원입니다. 한 번에 다 빼면 세금이 1,366만원, 연 1,200만원씩 나눠 빼면 550만원 — 차이가 816만원입니다. 돈을 더 번 것도 아니고, 그저 빼는 방법만 달랐을 뿐인데 말이죠.
연금저축과 IRP는 넣을 때 세액공제를 받는 대신, 뺄 때의 세금이 "어떻게 빼느냐"에 따라 크게 달라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. 그런데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이 계산을 미리 해주는 경우는 드뭅니다. 이 글에서 세율을 가르는 기준 3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. 2026년 현행 세법 기준이며, 각 항목에 근거 조문을 달았습니다.
계좌 속 돈은 세 종류 — 어떤 돈부터 빠져나가나
세금 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. 연금저축·IRP 계좌 안의 돈은 출처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고, 인출하면 법에 정해진 순서대로 빠져나갑니다(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3).
| 인출 순서 | 돈의 출처 | 세금 |
|---|---|---|
| ① 먼저 | 세액공제 받지 않은 납입액 (과세제외금액) | 없음 |
| ② 다음 | 퇴직금을 이체해 둔 돈 (이연퇴직소득) | 퇴직소득세 기준 (아래 별도 설명) |
| ③ 마지막 | 세액공제 받은 납입액 + 운용수익 | 이 글의 주인공 — 3.3~16.5% |
핵심은 ③번입니다.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돈과 그 돈이 불어난 수익은, 나라 입장에서 "천천히 연금으로 받아 가라고 세금을 미뤄준 돈"입니다. 그래서 연금답게 빼면 낮은 세율을, 목돈으로 한꺼번에 빼면 높은 세율을 매깁니다. 그 갈림길이 아래 3가지 기준입니다.
기준 ① 나이 — 연금으로 받으면 3.3~5.5%
55세 이후 요건을 갖춰 연금으로 받으면, 받는 시점의 나이에 따라 다음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끝낼 수 있습니다(소득세법 제129조 제1항 제5호의2).
| 연금 받는 나이 | 세율 (지방소득세 포함) |
|---|---|
| 70세 미만 | 5.5% |
| 70세 이상 80세 미만 | 4.4% |
| 80세 이상 | 3.3% |
| 종신연금 계약 (사망 시까지 수령, 중도해지 불가) | 3.3% |
오래 받을수록 세율이 내려가는 구조입니다. 참고로 종신연금 계약의 세율은 원래 4.4%였는데, 2025년 말 법 개정으로 2026년 1월 1일 지급분부터 3.3%로 인하됐습니다. 나이별 세율과 동시에 해당하면 낮은 쪽이 적용되므로, 종신계약은 사실상 전 연령 3.3%입니다.
여기까지만 보면 간단합니다. 문제는 이 낮은 세율이 아무 금액에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. 두 개의 상한선이 있습니다.
기준 ② 연금수령한도 — 넘긴 만큼은 16.5%
연금계좌에는 1년에 "연금으로" 인정받을 수 있는 인출 한도가 있습니다(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제3항).
연금수령한도 = 연금계좌 평가액 ÷ (11 − 연금수령연차) × 120%
예를 들어 1억원이 든 계좌의 첫해(1년차) 한도는 1억 ÷ (11−1) × 120% = 2,400만원입니다. 이 한도 안에서 뺀 돈만 위의 3.3~5.5% 연금 세율을 받고, 한도를 넘긴 부분은 "연금외수령"으로 취급돼 기타소득세 16.5%(지방소득세 포함)를 뗍니다(시행령 제40조의2 제5항). 같은 계좌의 같은 돈인데 한도선 하나로 세율이 3배가 되는 셈입니다.
한도에 대해 알아두면 유용한 것 두 가지:
- 11년차부터는 한도가 없습니다. 10년 이상 받으면 그 뒤로는 얼마를 빼도 전액 연금수령으로 인정됩니다. "연금은 10년 이상 나눠 받아라"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.
- 2013년 3월 1일 이전에 가입한 계좌는 연차를 6년차부터 셉니다. 같은 1억원이라도 첫해 한도가 1억 ÷ (11−6) × 120% = 2,400만원이 아니라 2,880만원으로 계산되고, 5년만 지나면 한도가 사라집니다. 오래된 연금저축이 있다면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.
연금수령연차는 실제로 돈을 뺐는지와 무관하게, 연금을 개시할 수 있게 된 해부터 자동으로 쌓입니다. 내 계좌의 올해 한도가 얼마인지는 연금저축·IRP 인출 세금 계산기에 계좌 금액과 가입 연도를 넣으면 바로 나옵니다.
기준 ③ 연 1,500만원 — 넘으면 "전액"이 무거워진다
한도 안에서 얌전히 연금으로 받아도 상한선이 하나 더 있습니다. 세액공제분·운용수익 원천의 연금 수령액이 연 1,500만원을 초과하면, 그해 그 연금소득은 저율 분리과세 대상에서 빠집니다(소득세법 제14조 제3항 제9호). 이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(제64조의4).
- 종합과세: 다른 소득과 합산해 6.6~49.5% 누진세율(지방소득세 포함)로 정산
- 16.5% 분리과세: 연금소득 전액에 16.5%(지방소득세 포함)로 끝내기
주의할 점은 **"초과분만"이 아니라 "전액"**이라는 것입니다. 연 1,500만원까지는 5.5%인데 1,501만원을 받으면 1만원이 아니라 1,501만원 전체가 종합과세 또는 16.5%의 대상이 됩니다. 전부 아니면 전무 구조라서, 연간 인출액이 1,500만원 언저리라면 몇만 원 차이로 세금이 계단식으로 뛸 수 있습니다.
다행히 이 1,500만원에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퇴직금(이연퇴직소득) 원천은 포함되지 않습니다. 순수하게 세액공제 받은 돈 + 운용수익에서 나오는 연금만 셉니다. 그래서 "국민연금 받으면서 연금저축도 받으면 1,500만원 넘는 것 아닌가?"라는 걱정은 대부분 기우입니다.
사례 — 같은 1억원, 세금 816만원 차이
세 기준을 실제 숫자로 보겠습니다. 1966년생(올해 60세), 2014년에 가입한 연금저축·IRP에 세액공제 받은 돈과 수익으로 1억원이 있는 경우입니다(수익률 0 가정, 연금픽 계산기 산출).
| 구분 | A. 한 번에 전액 인출 | B. 연 1,200만원씩 분할 |
|---|---|---|
| 첫해 연금수령한도 | 2,400만원 | 2,400만원 |
| 한도 초과 (16.5% 대상) | 7,600만원 | 없음 |
| 연 1,500만원 기준 | 초과 | 이하 (5.5% 유지) |
| 매년 세금 | — | 약 66만원 (5.5%) |
| 총세금 | 약 1,366만원 | 약 550만원 |
| 실수령액 | 약 8,634만원 | 약 9,450만원 |
A는 한도를 7,600만원 초과해 그 부분에서만 기타소득세 약 1,254만원을 뗍니다. B는 한도 안·1,500만원 이하를 지켜 매년 5.5%만 내고, 816만원이 통장에 더 남습니다. 물론 목돈이 급한 상황이면 세금을 내고라도 빼야 할 때가 있습니다 — 그건 틀린 선택이 아닙니다. 중요한 것은 빼기 전에 이 숫자를 알고 결정하는 것입니다.
내 계좌 기준으로는 얼마일까요? 인출 세금 계산기에 계좌 금액·가입 연도·연간 인출 계획을 넣으면 연도별 세금과 "한 번에 뺐다면 얼마였을지" 비교까지 30초면 나옵니다. 입력값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브라우저 안에서만 계산됩니다.
퇴직금을 IRP로 받았다면 — 별도 트랙
퇴직할 때 퇴직금을 IRP로 이체하면 퇴직소득세를 당장 떼지 않고 미뤄줍니다(이연퇴직소득). 이 돈의 세금은 위 3가지 기준과 별개의 트랙으로 움직입니다(소득세법 제129조 제1항 제5호의3).
- 연금으로 받으면: 원래 냈어야 할 퇴직소득세의 70%만 부과 (실제 수령 1~10년차). 10년을 넘겨 받는 분부터는 60%, 20년을 넘기면 **50%**까지 내려갑니다 — 50% 구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새로 생겼습니다.
- 한도를 넘겨 목돈으로 빼면: 감면 없이 퇴직소득세 **100%**를 그대로 뗍니다.
즉 퇴직금 원천도 "나눠 받을수록 유리"라는 방향은 같습니다. 퇴직소득세율은 사람마다 다르므로(근속연수·금액에 따라 계산), 최소 30%를 아낄 수 있다는 구조로 기억해 두면 됩니다.
그 전에 — 연금으로 받기 위한 2가지 요건
마지막으로, 애초에 "연금수령"으로 인정받으려면 두 요건이 필요합니다(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제3항).
- 55세 이후 연금 개시를 신청할 것
- 가입일로부터 5년이 지났을 것 (단, 계좌에 이연퇴직소득이 있으면 5년 요건은 면제)
이 요건을 갖추기 전에 빼는 돈은 전부 연금외수령입니다. 특히 "IRP를 만든 지 얼마 안 됐는데 55세가 넘었으니 바로 연금 개시가 되겠지"라고 생각하면 5년 요건에 걸릴 수 있으니, 연금 개시가 머지않았다면 계좌 개설 시점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.
정리 — 기억할 것 4가지
- 연금저축·IRP의 세액공제분·운용수익은 연금으로 빼야 연금 세율(3.3~5.5%), 한도를 넘기면 16.5%입니다.
- 연금수령한도 = 평가액 ÷ (11−연차) × 120%. 11년차부터는 무제한, 2013년 3월 이전 가입 계좌는 6년차부터 기산.
- 세액공제분·수익 원천 연금은 연 1,500만원 이하로 설계해야 저율 과세가 유지됩니다. 넘으면 전액이 종합과세 또는 16.5% 대상.
- 세금 설계의 출발점은 내 숫자입니다 — 인출 세금 계산기로 내 계좌의 한도와 연도별 세금을 확인하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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